작성일 : 14-08-02 14:13
[주말을 여는 책 | 이제마, 인간을 말하다]
 글쓴이 : 세선부부한…
조회 : 853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88304 [253]

 

책이 출간되고 몇달이 지나 정신세계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원장님 책이 내일신문에 한면 통채로 소개됐어요. 아셨어요?"
 
 
'아다마다요. 저 맨날 검색해봐요.'라고 속으로만 생각하고.
 
"고뤠요??"라고 점잖을 뺐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무료일간지지만 상당히 비중있는 매체입니다."
 
 
 
 
 
초보작가의 글을 소개해 주시고 좋은 평 달아주신 안종주 선생님~
 
뵌적은 없지만 감사드립니다.
 
다음에 술한잔 사겠습니다.^^;
 
 
 
다음은 기사 원문입니다~

 

 

[주말을 여는 책 | 이제마, 인간을 말하다] 민중의료를 꿈꾼 이제마의 일대기

안종주 언론인·칼럼니스트

2013-11-15 11:24:40 게재
 
단군 이래로 대한민국에서 양·한방을 통틀어서 가장 유명한 의사는 누구일까? 주저하지 않고 '동의보감'을 펴낸 조선 선조·광해군 때의 허준을 꼽을 것이다. 허준의 일대기는 방송드라마로도 여러 차례 선보여 우리들에게 매우 친숙한 인물이다. '동의보감'은 보물로도 지정돼 있을 뿐 아니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되어 있으니 허준과 동의보감을 모르는 이는 무식하다는 말을 듣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그 다음으로 유명한 의사는 누구일까? 아마 이제마일 것이다. 혹 이제마란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거나 모르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사상(四象)의학, 사상체질이란 말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적어도 한번쯤은 태양·태음·소양·소음인 등 자신의 체질과 체질에 따른 좋은 음식과 금기 음식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사람들 가운데 어느 한 가지에 푹 빠지는 부류가 있다. 로봇이나 만화에 푹 빠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돌이나 곤충에 '필'이 꽂혀 이를 수집·보관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들은 사람과 그 사람이 쓴 책에 빠져들기도 한다. '이제마, 인간을 말하다'를 쓴 한의사 정용재는 바로 사람과 그 사람이 쓴 책에 퐁당 빠진 사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10년 전인 2003년 '현산어보를 찾아서' 5권을 완간한 고등학교 생물교사 이태원을 떠올렸다. 그는 조선 말기 실학자이며 정약용의 형이었던 정약전과 그가 쓴 '자산어보'에 빠져 그 현장을 쫓아 남쪽바닷가 일대를 미친 듯이 헤집고 다닌 발품의 결과물을 방대한 책으로 냈다. 정용재의 책이 이태원의 책보다 뛰어나다거나 버금간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인물과 그 인물이 쓴, 역사적인 책에 자신들의 정열을 보태 되새김질해 놓았다는 공통점을 말하고 싶었다.

체질 의학이 의학의 미래
이 책은 '체질의학이 의학의 미래요, 답'이라는 강한 확신에 휩싸인 저자의 이제마를 향한 순애보이자 탐구기이다. 잘 발효된 김치를 만들기 위해 잘 절인 배추·무와 고춧가루, 젓갈, 파, 마늘 등의 소를 적절히 버무리듯이 그는 기존의 이제마 관련 책과는 차별화하기 위해 이제마가 쓴 책들을 섭렵하고 이제마 탐구 선배들의 노력과 성과를 이 책에 녹여 냈다. 그리고 이제마의 발자취가 있는 곳을 두루 여행했다. 물론 이제마의 고향 함흥은 어쩔 수 없이 빠져 있다. 그리고 이를 강의 형식과 객관적 탐구 형식을 번갈아가며 마치 한 편의 소설이나 영화를 보듯이 구성해 색다른 맛을 주었다.

아마 그 사상과 의학을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이제마에게 독자들이 조금이나마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저자 나름대로의 전략이 아니었나 싶다.

이제마는 재미있는 출생 비화를 간직하고 있다. 함흥 명문종가의 출신인 이반오의 아들이었지만 술에 취한 아버지가 주막에서 주모가 방에 들여보낸 딸과 하룻밤을 지내며 생겨난 자식이다. 당시로서는 비천한 주모의 딸 사이에 낳은 아이를 통 큰 할아버지 이충원이 적자로 받아들였다. 대단한 할아버지의 결단과 손자 사랑 덕분에 오늘날의 이제마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마는 요즘으로 말하면 직업군인 출신이다. 1875년 서른아홉의 나이에 무과에 급제한 뒤 군인이 되었다. 이 때 자신의 호를 조선의 무인, 즉 동무(東武)로 이름 지었다. 많은 것을 이룰 나이인 40대 때 서울 한복판에서 무관으로 일했다. 그의 40·50대 시절은 잘 아시다시피 엄청난 국제·정치·사회적 사건으로 한반도가 요통을 치던 시기였다. 큰 벼슬에 오르지는 못하고 쉰하나의 나이에 진해현감(지금의 마산 진동)을 마지막으로 공직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그리고 세상에 남겨주고 간 것이 바로 '격치고'와 '동의수세보원'이다.

저자는 이제마가 남긴 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는 '격치고'라는 一書로(책 하나로) 기존의 어떠한 유학 유파와도 관계를 따지기 어려운 독자적인 사상가로 평가받고 <동의수세보원>이라는 일서로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독창적인 의학의 창시자로 존숭된다."

위대한 사상가나 종교의 창시자들은 훌륭한 제자가 있어 자신의 뜻과 사상을 후세에 길이 전할 수 있었듯이 이제마 또한 제자와 후학들의 노력에 힙 입어 오늘날의 명성을 얻게 됐다고 지은이는 분석하고 있다. 예수에게 베드로와 바울이, 공자에게 안회와 자로가 있었다면 동무에게는 한두정이라는 걸출한 제자가 있었다. 저자는 "동무와 가까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함흥 출신의 한두정이 이제마를 학문의 지평 위로 올려놓았으며 그의 손을 거쳐 이제마의 저서가 표준화되고 대중화됐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시대를 뛰어넘어 한두정과 같은 제자 또는 정용재와 같은 추종자들이 그의 사상의학을 진화시켜 나가고 있다. 8체질의학 또는 8상의학도 사상의학이 진화한 결과로 볼 수 있다. 8체질론의 중요한 골격이 이제마의 장부론(臟腑論)을 계승하고 창조적으로 해석하면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사상의학, 사람의 기본은 장기
사상의학은 유기체, 즉 사람의 기본은 장기라는 시각에서 비롯했다. 서양의학은 장기의학에서 시작해 시간이 흐르면서 세포의학, 분자의학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한의학은 지금도 이런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마는 어떻게 해서 사상의학을 만들어냈을까?

왕관의 금이 진짜인지를 밝혀내야 했던 아르키메데스가 목욕 중 물이 넘쳐흐르는 것을 보고 갑자기 비중의 원리를 깨닫게 됐다는 일화가 있듯이 이제마는 책을 보다가 우연히 사상인의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의약의 경험이 있은 지 5000~6000년이 지나서 태어났다. 그런데 옛사람의 글을 읽다 보니 우연히 사상인으로 구분되는 장부의 성리(性理)를 깨닫게 되었다. 그 결과 책을 한 권 쓰게 되었고 '수세보원'이라 이름 짓기에 이른 것이다."

저자는 허준을 '편집의 능력만으로 세상의 의서를 가지고 세상에 없던 의서를 만들어낸, 위대한 편집자'로 평가한다. 이제마에 대해서는 '각자가 건강의 주권을 회복하는 민중의료를 꿈꾼 사람'으로, 사상의학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섭생법을 제시하고 있어 기존의 다른 의학체계보다 탁월한 예방의학적 장점이 있다고 평가한다. '사상의학과 8체질론의 비교 연구'로 동국대에서 한의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너무 무겁지도 않게 너무 가볍지도 않게 이제마에 관한 전문적 대중서를 쓰고 싶었다고 후기에서 밝혔다. 따라서 어떤 이에게는 가볍게, 어떤 이에게는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닫으면서 저자는 동무와 진정 동무가 될 만한 열정을 지닌 한의사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 여러분이 저자와 동무가 될 차례다.

정신세계사
정용재 지음
2만원